분트 배경훈 과기장관 “기업 보안사고 접수 없이도 대응할 법적 체계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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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트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 등과 관련해 정보보안 침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더라도 사고 정황이 나타나면 정부가 빠르게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자진 신고에 의존하는 현행 제도의 허점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배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기업에서 사고 접수를 해야 과기정통부가 대응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문제가 의심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현행 정보보안 사고 대응 구조가 기업이 침해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정부가 즉각 개입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배 장관은 신고 이후 조사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바꾸기 위해서 국회와 논의 중이라며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통신사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잇따라 정보보안 사고가 나고 있는 것에 대해 단순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 관점에서 사고에 대응해 문제를 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배 장관은 해킹을 방지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해 휴대전화 단말기를 출시하거나 통신망 차원에서 해킹을 차단하는 등의 기술을 예시로 들었다.
배 장관은 부처 역점 정책인 인공지능(AI) 발전과 확대에 대해서도 복안을 밝혔다. 그는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확보 시점을 당초 2028년에서 2030년으로 당겼다며 2030년까지 GPU 20만장 구축 방안을 고민 중이고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GPU는 동시에 대규모 연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AI 작동을 위한 필수재다. 이에 세계 각국과 기업에서 GPU 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배 장관은 최근 확정된 정부 조직 개편안을 통해 올해 10월부터 자신이 과학기술부총리를 겸임하는 것을 계기로 AI 정책에 속도를 붙일 뜻을 밝혔다. 그는 현재는 정부 부처들이 ‘인공지능 전환(AX)’을 향해 각자의 목표대로 달려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부총리 부처로 승격이 되면) 하나로 힘을 모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장관은 또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AI 컴퓨팅센터에서는 (안정적인) 전력이 중요하다며 태양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SMR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SMR 상용화 시점이 문제라며 앞으로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계속되자 통째로 들고 먹는 김밥도 편의점에서 출시됐다. 농심이 내놓은 <케데헌> 협업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농심 지주회사 주가까지 상한가를 기록했다. 국내 유통업계가 ‘케데헌 효과’로 모처럼 들썩이고 있다.
편의점 CU는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베어 먹는 ‘케이-통 소불고기 김밥’을 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김밥은 <케데헌> 속 장면에 착안해 기획한 상품이다.
<케데헌>에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 루미가 김밥 한 줄을 양손으로 잡고 냄새를 맡은 뒤 자르지 않고 한입에 먹는 장면(사진)이 나온다. 해당 장면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SNS 등에서는 ‘김밥 한입 먹기’ 챌린지와 각종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케데헌> 방영(6월20일) 이후 편의점 김밥 매출도 늘고 있다.
CU에 따르면, 지난 7∼8월 해외 결제수단 이용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늘었다. 특히 김밥 매출이 231% 증가했다.
GS25도 17일 케데헌 김밥·분식세트 등 간편식을 출시한다. 참치마요&전주비빔 반반김밥, 전주비빔&제육 커플 주먹밥, 모둠 분식세트 등으로 지난 10일 GS25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전 예약을 진행한 결과, 하루 만에 약 4000만원어치 예약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그야말로 ‘케데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신라면 컵에 <케데헌> 주인공인 루미·미라·조이 캐릭터를 입힌 제품을 자사 홈페이지에서 한정 판매했는데 사전예약분 1000세트가 1분40초 만에 완판됐다.
주가도 상승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케데헌> 협업 제품이 출시된 지난달 29일 농심 주가는 장중 한때 41만6000원을 기록했다가 41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2일엔 장중 57만9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일각에서는 불닭볶음면 흥행으로 주가가 급등한 삼양식품과 함께 농심을 ‘면비디아’(라면+엔비디아) 종목으로 분류할 정도다. 농심의 해외 성장세 등으로 상승 여력이 크다는 증권가 리포트가 알려지면서 이날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는 전 거래일 대비 30.00% 급등한 11만44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데헌>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흥행에 그치지 않고 음식, 패션, 관광 등 문화 전반에 걸쳐서 소비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눈물 흘리던 사진이 굉장히 강렬했어요. 연출하는 사람들은 인물의 표정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분은 휴머니스트구나, 진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석 달 만에 김대중 대통령도 돌아가시고 이듬해 <김대중 자서전>이 나오자마자 읽었는데 사진과 자서전 사이의 괴리가 없었어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깊은 인물이구나, 이 시대의 위인이라고 생각했죠.
지난달 29일 부천시민회관에서 막을 올린 <나의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1924~2009)의 삶을 뮤지컬로 만드는 이례적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권호성 연출가(62)는 예술가로서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는 작업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삶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며 15년 전부터 품어왔던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대중’과 ‘뮤지컬’은 쉽게 떠오르는 조합은 아니다. 심지어 무대는 1000석이 넘는 대극장. 연극과 뮤지컬 모두 활발하게 활동해온 권 연출은 왜 연극이 아니라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을까. 김대중 대통령의 인생 역정을 연극으로 다루면 너무 건조하고 무거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레미제라블>도 굉장히 두꺼운 소설인데 뮤지컬로 만들어졌잖아요. 뮤지컬은 노래와 춤이 더해지고 큰 무대에서 시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백 수천명을 넘어 수만명이, 특히 젊은 세대가 이야기를 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구요.
뮤지컬을 보면 새삼 놀라게 되는 부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무대에 옮긴 것 뿐인데 그 자체로 ‘극적’이라는 점이다.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던 순간으로부터 시작해 유신 정권의 납치 사건, 신군부의 내란음모 조작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무대에 펼쳐진다. 장면 하나하나가 상상하기 힘든 무게감이 있는 사건들이라 ‘어떻게 강조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힘을 뺄까’가 고민이었습니다. (납치 사건 당시) 용금호에서 바다에 수장될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어릴적 고향 하의도에서 부모님과의 기억을 배치해 그의 꿈을 담아내는 식으로 풀어갔죠.
실존 인물 그것도 정치인의 삶을 무대로 옮긴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독재 정권의 김 대통령에 대한 ‘악마화’로 한국 사회에서 그에 대한 호오가 크게 나뉘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달 28일 시사회에서 관람한 <나의 대통령>은 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진 않았다. 연출가로서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단단함 속에 부드러움을 가졌던 소년같은 사람, 고난에도 꿈을 잃지 않고 이루려했던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김 대통령과 카마그라구입 이희호 여사 등 주요 인물 외에는 가상 인물이다. 독재 정권을 지키는 모태술이라는 인물에선 차지철을, 군부의 편에서 비판자로 변하는 육승업이라는 인물에선 김재규를 떠올릴 법도 하다. 같은 역사의 현장에서 힘있는 편에 선 사람과 정의의 편에 선 사람으로 대비시켜봤습니다. 한국 사회의 대척점으로 볼 수도 있구요. 김대중은 그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미완의 과제로 남은 부분들이 많죠.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본격 추진된 문화 콘텐츠 육성 정책이 새삼 조명되기도 했다. 우려가 컸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오늘날 ‘한류’의 단초가 됐다. 당시 김 대통령이 100석짜리 대학로 소극장에 공연을 보러 오신 기억이 나요. 연극·무용 등 순수예술 장르에 대한 예산과 애정도 많이 주셨죠. 결국 그러한 무대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실력을 드러내고 오늘날 K-컬처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 아닐까요.
이 작품은 당초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에 맞춰 지난해 12월13~15일 광주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석열의 불법 계엄으로 해당 공연이 취소되면서 이번이 첫 무대가 됐다. 과천 연습실에서 12월3일 밤 10시에 최종 연습을 마치고 짐을 실은 차는 먼저 내려갔어요. 그런데 11시쯤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전화를 받고서 무슨 농담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했는데…작품 속 사건이 현재 벌어지다니 초현실적이었죠. 큰 손해를 보고 계엄의 또다른 피해자가 돼버렸어요.
권 연출은 <나의 대통령>이 기념 공연이 아닌 ‘상업극’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안중근, 명성황후 등 역사 인물을 다룬 뮤지컬들이 많죠. 한국 현대에도 존경받아 마땅한 지도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내용과 무대세트를 가다듬어야 하고,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야 하겠죠. 관객들이 정의롭게 산다는 것,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무대에서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배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기업에서 사고 접수를 해야 과기정통부가 대응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문제가 의심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현행 정보보안 사고 대응 구조가 기업이 침해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정부가 즉각 개입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배 장관은 신고 이후 조사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바꾸기 위해서 국회와 논의 중이라며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통신사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잇따라 정보보안 사고가 나고 있는 것에 대해 단순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 관점에서 사고에 대응해 문제를 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배 장관은 해킹을 방지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해 휴대전화 단말기를 출시하거나 통신망 차원에서 해킹을 차단하는 등의 기술을 예시로 들었다.
배 장관은 부처 역점 정책인 인공지능(AI) 발전과 확대에 대해서도 복안을 밝혔다. 그는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확보 시점을 당초 2028년에서 2030년으로 당겼다며 2030년까지 GPU 20만장 구축 방안을 고민 중이고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GPU는 동시에 대규모 연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AI 작동을 위한 필수재다. 이에 세계 각국과 기업에서 GPU 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배 장관은 최근 확정된 정부 조직 개편안을 통해 올해 10월부터 자신이 과학기술부총리를 겸임하는 것을 계기로 AI 정책에 속도를 붙일 뜻을 밝혔다. 그는 현재는 정부 부처들이 ‘인공지능 전환(AX)’을 향해 각자의 목표대로 달려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부총리 부처로 승격이 되면) 하나로 힘을 모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장관은 또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AI 컴퓨팅센터에서는 (안정적인) 전력이 중요하다며 태양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SMR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SMR 상용화 시점이 문제라며 앞으로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계속되자 통째로 들고 먹는 김밥도 편의점에서 출시됐다. 농심이 내놓은 <케데헌> 협업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농심 지주회사 주가까지 상한가를 기록했다. 국내 유통업계가 ‘케데헌 효과’로 모처럼 들썩이고 있다.
편의점 CU는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베어 먹는 ‘케이-통 소불고기 김밥’을 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김밥은 <케데헌> 속 장면에 착안해 기획한 상품이다.
<케데헌>에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 루미가 김밥 한 줄을 양손으로 잡고 냄새를 맡은 뒤 자르지 않고 한입에 먹는 장면(사진)이 나온다. 해당 장면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SNS 등에서는 ‘김밥 한입 먹기’ 챌린지와 각종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케데헌> 방영(6월20일) 이후 편의점 김밥 매출도 늘고 있다.
CU에 따르면, 지난 7∼8월 해외 결제수단 이용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늘었다. 특히 김밥 매출이 231% 증가했다.
GS25도 17일 케데헌 김밥·분식세트 등 간편식을 출시한다. 참치마요&전주비빔 반반김밥, 전주비빔&제육 커플 주먹밥, 모둠 분식세트 등으로 지난 10일 GS25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전 예약을 진행한 결과, 하루 만에 약 4000만원어치 예약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그야말로 ‘케데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신라면 컵에 <케데헌> 주인공인 루미·미라·조이 캐릭터를 입힌 제품을 자사 홈페이지에서 한정 판매했는데 사전예약분 1000세트가 1분40초 만에 완판됐다.
주가도 상승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케데헌> 협업 제품이 출시된 지난달 29일 농심 주가는 장중 한때 41만6000원을 기록했다가 41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2일엔 장중 57만9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일각에서는 불닭볶음면 흥행으로 주가가 급등한 삼양식품과 함께 농심을 ‘면비디아’(라면+엔비디아) 종목으로 분류할 정도다. 농심의 해외 성장세 등으로 상승 여력이 크다는 증권가 리포트가 알려지면서 이날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는 전 거래일 대비 30.00% 급등한 11만44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데헌>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흥행에 그치지 않고 음식, 패션, 관광 등 문화 전반에 걸쳐서 소비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눈물 흘리던 사진이 굉장히 강렬했어요. 연출하는 사람들은 인물의 표정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분은 휴머니스트구나, 진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석 달 만에 김대중 대통령도 돌아가시고 이듬해 <김대중 자서전>이 나오자마자 읽었는데 사진과 자서전 사이의 괴리가 없었어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깊은 인물이구나, 이 시대의 위인이라고 생각했죠.
지난달 29일 부천시민회관에서 막을 올린 <나의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1924~2009)의 삶을 뮤지컬로 만드는 이례적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권호성 연출가(62)는 예술가로서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는 작업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삶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며 15년 전부터 품어왔던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대중’과 ‘뮤지컬’은 쉽게 떠오르는 조합은 아니다. 심지어 무대는 1000석이 넘는 대극장. 연극과 뮤지컬 모두 활발하게 활동해온 권 연출은 왜 연극이 아니라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을까. 김대중 대통령의 인생 역정을 연극으로 다루면 너무 건조하고 무거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레미제라블>도 굉장히 두꺼운 소설인데 뮤지컬로 만들어졌잖아요. 뮤지컬은 노래와 춤이 더해지고 큰 무대에서 시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백 수천명을 넘어 수만명이, 특히 젊은 세대가 이야기를 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구요.
뮤지컬을 보면 새삼 놀라게 되는 부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무대에 옮긴 것 뿐인데 그 자체로 ‘극적’이라는 점이다.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던 순간으로부터 시작해 유신 정권의 납치 사건, 신군부의 내란음모 조작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무대에 펼쳐진다. 장면 하나하나가 상상하기 힘든 무게감이 있는 사건들이라 ‘어떻게 강조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힘을 뺄까’가 고민이었습니다. (납치 사건 당시) 용금호에서 바다에 수장될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어릴적 고향 하의도에서 부모님과의 기억을 배치해 그의 꿈을 담아내는 식으로 풀어갔죠.
실존 인물 그것도 정치인의 삶을 무대로 옮긴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독재 정권의 김 대통령에 대한 ‘악마화’로 한국 사회에서 그에 대한 호오가 크게 나뉘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달 28일 시사회에서 관람한 <나의 대통령>은 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진 않았다. 연출가로서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단단함 속에 부드러움을 가졌던 소년같은 사람, 고난에도 꿈을 잃지 않고 이루려했던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김 대통령과 카마그라구입 이희호 여사 등 주요 인물 외에는 가상 인물이다. 독재 정권을 지키는 모태술이라는 인물에선 차지철을, 군부의 편에서 비판자로 변하는 육승업이라는 인물에선 김재규를 떠올릴 법도 하다. 같은 역사의 현장에서 힘있는 편에 선 사람과 정의의 편에 선 사람으로 대비시켜봤습니다. 한국 사회의 대척점으로 볼 수도 있구요. 김대중은 그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미완의 과제로 남은 부분들이 많죠.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본격 추진된 문화 콘텐츠 육성 정책이 새삼 조명되기도 했다. 우려가 컸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오늘날 ‘한류’의 단초가 됐다. 당시 김 대통령이 100석짜리 대학로 소극장에 공연을 보러 오신 기억이 나요. 연극·무용 등 순수예술 장르에 대한 예산과 애정도 많이 주셨죠. 결국 그러한 무대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실력을 드러내고 오늘날 K-컬처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 아닐까요.
이 작품은 당초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에 맞춰 지난해 12월13~15일 광주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석열의 불법 계엄으로 해당 공연이 취소되면서 이번이 첫 무대가 됐다. 과천 연습실에서 12월3일 밤 10시에 최종 연습을 마치고 짐을 실은 차는 먼저 내려갔어요. 그런데 11시쯤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전화를 받고서 무슨 농담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했는데…작품 속 사건이 현재 벌어지다니 초현실적이었죠. 큰 손해를 보고 계엄의 또다른 피해자가 돼버렸어요.
권 연출은 <나의 대통령>이 기념 공연이 아닌 ‘상업극’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안중근, 명성황후 등 역사 인물을 다룬 뮤지컬들이 많죠. 한국 현대에도 존경받아 마땅한 지도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내용과 무대세트를 가다듬어야 하고,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야 하겠죠. 관객들이 정의롭게 산다는 것,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무대에서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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